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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질환/팔, 손의 질환

왼쪽 4,5번 손가락이 아프고 잘 펴지지 않는 환자

2025년 3월 8일 토요일 오후 12시에 40대 남자가 1주일 전부터 왼쪽 4번과 5번 손가락이 아프고 저리고 잘 펴지지 않는다고 하여 서울마디 통증클리닉을 방문하였다.

환자가 서울마디 통증클리닉 에 오기 전에 개인 정형외과의원을 먼저 방문하였는데 거기서 신경이 눌렸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며 "척골신경의 병변"을 주 진단으로 쓰여진 진료의뢰서를 받았다.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에 갔었는데 마침 토요일이라 외래 진료가 없다고 하여 인터넷을 보고 서울마디 통증클리닉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2년전에 왼쪽 손등에 결절종이 생겼다가 저절로 없어진 적이 있다고 하였다.

환자의 왼 손 사진. 손가락에 힘을 뺀 상태에서 찍은 사진으로 4번과 5번 손가락이 안쪽으로 구부러져 갈퀴 모양을 보이고 있다. 이것을 의학 용어로 '갈퀴손(claw hand)'이라고 한다. 손가락에 힘을 뺀 상태에서는 4번과 5번 손가락이 구부려져 갈퀴 모양을 보이지만, 손가락에 힘을 주어 최대한 펴보라고 하면 완전히 펼 수는 있다. 

왼쪽 손목에서 척골동맥(ulnar artery)이 지나는 경로를 빨간색으로, 척골신경(ulnar nerve)이 지나는 경로를 노란색으로 표시하였다. 척골동맥과 척골신경은 손목에서 척골터널이라 불리는 통로를 지나간다. 4번과 5번 손가락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척골신경이 손목을 지나는 통로인 척골터널에서 문제가 생겨 환자에게 이런 증상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척골터널 부위에 초음파 검사를 하였다. 

척골동맥과 척골신경이 척골터널로 들어가는 초입부의 초음파 영상(왼쪽)과 초음파 영상에 대한 설명(오른쪽)

오른쪽 사진에 척골동맥과 척골신경 아래에 진하게 검게 보이는 저에코성 종괴를 빨간색으로 표시하였다. 이 종괴가 혈관과 신경을 위로 밀어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척골동맥과 종괴는 모두 진한 검은색으로 보인다. 초음파에서 진한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은 액체일 경우가 많다.

척골동맥과 종괴가 모두 진한 검은색으로 보이므로 둘 사이의 감별을 위해 파워 도플러 검사를 하였다. 왼쪽 사진은 파워 도플러 검사를 한 초음파 영상이며 오른쪽 사진은 이 영상에 대한 설명이다. 

파워 도플러 검사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흐르는 액체를 찾는 검사로 혈관 안의 혈액은 흐르면서 움직이므로 빨간색으로 표시되지만 흐르지 않는 액체는 표시가 나타나지 않는다. 종괴에서 표시가 나타나지 않아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액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소견을 바탕으로 관절의 액체가 고여 있는 결절종(ganglion cyst)이라고 진단하였다.

초음파 탐촉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결절종이 가장 크게 나오는 부분의 크기를 재니 1.57cm로 측정되었다.

결절종의 장축을 따라 초음파 검사를 한 영상(왼쪽)과 영상에 대한 설명(오른쪽)
결절종이 주위 연부조직을 위로 들어올린 것이 보인다.

환자의 증상과 진찰소견, 그리고 초음파 영상에 근거하여 척골터널에 생긴 결절종이 척골신경을 눌러 생긴 척골신경마비(ulnar nerve palsy)로 진단하였다.

환자의 상태를 보았을 때 결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여, 서울마디 통증클리닉에서 검사한 영상들을 복사하고 수술하는 병원으로 가시도록 진료의뢰서를 발부하였다. 

환자가 토요일 오후에 내원하여 주말이 지나야 수술하는 병원으로 갈 수 있을 것이므로 환자의 통증과 저림 증상을 조금이라도 경감시키기 위해 진통소염제와 신경병증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약물인 가바펜틴을 같이 처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