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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추(목) 질환

[목] 후종인대 골화증으로 오인된 경추 후관절 증후군

후종인대 골화증(ossification of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OPLL)이란 척추체를 뒷쪽을 지지해주는 인대인 후종인대가 뼈처럼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상태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한국, 일본 등 동양인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목 부분인 경추에서 잘 생기지만 드물게 흉추나 요추에서도 생기기도 한다. 주로 40세 이후에 많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후종인대 골화증이 진행되어 척수를 압박하면 팔이나 손의 저림, 통증, 감각저하, 근력저하로 시작하여 점차 다리의 근력 저하 및 감각이상, 보행장애, 배뇨나 배변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더 심한 경우에는 팔다리가 마비될 수도 있다. 후종인대 골화증으로 인해 장애가 생기는 경우에는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목이나 팔이 아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였더니 후종인대 골화증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후종인대 골화증에 의하여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것인지를 면밀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후종인대 골화증이 있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T나 MRI 검사에서 후종인대 골화증이 나왔더라도 환자가 불편해하는 증상이 후종인대 골화증과는 무관한 다른 원인에 의하여 생기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사례는 후종인대 골화증으로 오인된 경추(목) 후관절 증후군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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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50대 남자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서울마디 통증클리닉을 방문하였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1달전부터 왼쪽 등과 왼쪽 팔뚝에 걸쳐 심하게 결리고 쑤셔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MRI촬영을 하였는데 후종인대 골화증 소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받았는데, 간단한 수술이 아니어서 수술하는 도중 척수가 손상될 수도 있어 잘못되면 사지가 마비될 수도 있는 위험한 수술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환자가 가지고 온 경추 MRI사진을 보니 2번 경추의 아래 부분부터 4번 경추의 윗부분에 걸쳐 후종인대가 골화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골화된 후종인대 근처의 척수의 시그널에는 이상이 없었다.

 

 

(왼쪽 사진)

환자의 경추 MRI사진. 2번 경추의 아래 부분부터 4번 경추의 윗부분에 걸쳐 후종인대가 골화되어 있다.

 

 

(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에 대한 설명. 후종인대 골화증이 있는 부위를 빨간색으로 표시하였다.

 

 

환자를 진찰하니, 목을 뒤로 젖히기가 힘들고 젖힐때 통증이 있었다. 왼쪽 경추 5-6번, 6-7번, 경추 7-흉추1번 후관절에 걸쳐 압통(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 것)이 있었다.

 

환자의 얘기를 듣고, MRI사진도 보고, 진찰을 한 후에 환자에게 MRI사진에서 후종인대 골화증이 보이지만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부위와 MRI사진에서 이상이 보이는 부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환자의 증상과 진찰소견으로 보았을 때 왼쪽 경추 5-6번, 6-7번, 경추 7-흉추1번 후관절에 걸친 "경추 후관절 증후군"으로 생각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후관절은 척추의 뒤쪽에서 두개의 척추뼈가 만나 연결되는 관절이다. 후관절 증후군이란 척추뼈들이 만나 이루어진 후관절에 이상이 생겨 관절 주위를 지나가는 신경에 영향을 주어 신경의 지배를 받는 부위의 근육이 뻣뻣해지면서 통증과 저림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후관절증후군이 생기는 위치를 목뼈의 모형에 표시한 사진

 

 

후관절 증후군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표시한 그림

 

  

환자에게 "경추 후관절 증후군'에 준하여 치료를 해보고, 만약 치료를 받는 도중에 조금이라도 후종인대 골화증에 의한 신경마비 증상이 보이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수술을 받도록 권유하였다.

 

환자에게 후관절을 담당하는 신경에 약물을 주입하는 후관절 신경차단술과 끝이 둥글면서 무딘 형태로 특수하게 제작된 바늘로 후관절 주위의 근육과 신경을 자극하는 중재적 미세유착박리 및 신경자극술(FIMS) 치료를 하였다.  환자에게 1달반 정도의 기간에 걸쳐 위에 설명된 치료를 하여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졌다. 마지막 치료이후 1년반의 기간이 지나는 동안 후종인대 골화증에 의한 신경마비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환자의 임상 경과에 비추어  MRI 검사에서 후종인대 골화증이 나왔지만 환자가 불편해하는 증상은 후종인대 골화증이 아닌 경추 후관절 증후군에 의해 생긴 경우이다. MRI 검사에서 후종인대 골화증 소견이 나왔더라도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후종인대 골화증에 의하여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긴 것인지를 면밀하게 평가하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FIMS 치료에 사용하는 끝이 둥글면서 무딘 형태로 특수하게 제작된 바늘

 

 

(위 사진)

초음파를 보면서 특수제작바늘로 목의 후관절 주위의 유착된 부위를 박리하고 신경을 자극하는 FIMS 치료를 하는 모습

 

(아래 사진)

초음파사진에 대한 설명. FIMS에 사용하는 특수제작바늘이 빨간색 삼각형으로 표시되었다.